한국거래소 통계 기준 5월 1~17일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약 6.2조 원, 같은 기간 국내 기관 누적 순매도는 약 4.1조 원이다. 두 주체가 같은 시장을 정반대로 베팅하고 있다.

외국인이 사는 것

외국인 매수의 70% 이상이 메모리 두 종목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에 집중됐다. 그 외에는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KB금융 등 코스피 200 상위 종목에 분산된다. 5월 한 달 외국인의 KOSPI 비중은 38.9%로 6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기관이 파는 것

기관의 매도 흐름은 두 갈래다. 첫째, 메모리 양대주의 차익실현. 코스피가 7거래일에 1,000포인트가 더해진 랠리 끝에서, 국내 기관은 일부 포지션 정리에 나섰다. 둘째, ETF 환매. 코스피 추종 ETF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그에 따른 기관의 자동 매도가 발생했다.

"같은 시장을 보는데, 매수의 주체와 매도의 주체가 다르다. 이는 매크로의 신호가 아니라 시간 지평의 차이다."

두 주체의 시간 지평

외국인은 보통 분기·연 단위로 포지션을 잡는다. 한국 메모리의 '구조적 재평가' 베팅이 다음 1~2년의 흐름이라고 본다면, 단기 차익실현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반대로 국내 기관, 특히 연기금과 일부 운용사는 분기 단위 성과 평가를 받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우선시한다.

이런 구조에서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는 한 코스피의 하방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국인이 빠지기 시작하면 — 그 시점이 언제든 — 기관의 매도가 누적된 만큼 하락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