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한국 원/달러 환율이 1,300~1,350원의 박스권에 머문 것은 정책의 성과인가, 우연한 균형인가.
본지가 보기에 이 안정의 약 70%는 외부 변수 — Fed의 금리 시그널, 글로벌 달러 약세, AI 메모리 호황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 의 함수다. 한국은행과 외환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나머지 30% 수준이다.
이 사실이 받아들여져야 외환 정책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대가 정상화된다. 한은의 결정 하나가 환율을 50원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 또는 그 반대로, 한은이 환율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난 — 둘 다 같은 오해의 두 면이다.
한은이 가진 도구는 셋이다. 기준금리,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시장 개입, 그리고 의결문의 단어 선택. 이 셋이 작동할 수 있는 범위는 — 글로벌 달러 사이클과 한·미 금리 격차라는 두 거대 변수의 종속변수다.
그렇다고 한국이 외환 안정을 위한 새 도구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본지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한·미 통화스왑의 상시화. 2008년·2020년 위기 때 임시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왑이 한국 외환 시장 안정에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됐다. 이를 위기 시점이 아니라 상시 도구로 만드는 것이 한·미 자본시장 동맹의 다음 단계다.
둘째, 국부펀드의 환위험 헤지 기능 확대.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 운용 구조를 — 단순 해외 투자가 아니라 — 한국 자본시장 환율 충격의 완충 장치로 재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GIC가 싱가포르 외환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이 참조점이 된다.
두 제안 모두 단기에 실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환 시장 안정을 한은 결정에만 기대는 현재의 정책 구조보다 —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한은은 외환 시장 안정의 한 축이다. 그러나 유일한 축은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 다음 정책 사이클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