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정직한 절대 다수 종목은 — 어떤 시장이든 그렇듯 — 정상적으로 거래된다. 그러나 시장 신뢰의 가장 큰 단일 손상은 — 그 절대 다수가 아니라 — 소수의 사건들에서 발생한다. 본 매체가 정리한 다음 5건은 모두 한국 법원에서 형사 확정 또는 진행 단계에 있는 사건이며, 모든 정보는 공개된 판결문·검찰 공소장·금융감독원 자료에 근거한다.
① 루보(LUBO) 작전주 사건 — 2006~2007
2006년 코스닥 상장사 루보는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전주' 사건 중 하나의 대상이 된다. 작전 세력은 차명 계좌 수백 개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고, 부당이득 추정 규모는 약 1,200억 원에 달했다.
대법원은 2009년 주요 가담자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이후 한국에서 '시세조종 1세대' 사례로 학계와 검찰의 교육 자료로 자주 인용된다.
② 옵투스제약 사건 — 2018~2019
옵투스제약은 코스닥 상장 제약사로, 2018년 무자본 M&A를 통해 최대주주가 교체된 직후 횡령·배임이 드러난 사건이다. 인수 직후 회사 자금이 우회 경로로 인수자 측 관계사로 이전됐고, 회계감사인의 의견 거절이 잇따랐다.
회사는 결국 2019년 상장폐지됐고, 관련 임원진은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무자본 M&A → 자산 인출 → 상장폐지'의 가장 전형적인 패턴으로 남았다.
③ 신라젠 사건 — 2020 (대법원 파기환송)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신라젠은 2020년 검찰의 대규모 수사를 받았다. 핵심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회사의 항암제 후보물질 'Pen-K(펙사벡)' 임상 실패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 일부 임원진 측 자금이 매도된 정황이 적시됐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2020년 구속 기소됐다. 검찰 구형은 징역 20년, 벌금 2,000억 원, 추징금 약 855억 원이었다. 1심 법원은 징역 5년·벌금 350억 원을, 2심은 징역 5년·벌금 10.5억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3년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5년·벌금 10억 원이 선고됐다(부정거래 부당이득 추정 약 1,325억 원).
이 사건은 한국 K-바이오 IPO 호황기에 발생한 가장 큰 단일 신뢰 손상 사건이었으며, 이후 한국 거래소의 임상 정보 공시 기준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④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 2019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Invossa)'는 2017년 한국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뒤 미국 FDA 임상 3상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2019년 인보사의 핵심 성분으로 알려진 연골 세포가 사실은 신장 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식약처는 품목 허가를 취소했고 FDA 임상은 보류됐다.
이 사건은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거래 정지에 들어갔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쳤다. 관련 임원진에 대한 형사 절차가 이어졌으며, 2023년 일부 임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 2024 (재판 진행 중)
가장 최근의 대형 사건은 2024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의혹이다. 검찰은 카카오 측이 경쟁자(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전 의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의장은 2024년 7월 구속됐다가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재판은 2026년 5월 현재 1심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 무자본 M&A나 코스닥 작전주가 아니라 — 한국 빅테크 대기업이 연루된 가장 큰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으로, 한국 자본시장 거버넌스의 새로운 시험대로 평가된다.
"5건 모두 다른 시기, 다른 회사, 다른 인물의 사건이다. 그러나 공통된 패턴이 하나 있다 — 모두 처음에는 정당한 거래로 보였다는 점이다."
5건이 보여주는 것
본 매체가 이 5건을 함께 정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시세조종·부정거래 사건은 — 한국 사회의 인식과 달리 — 한 시기에 집중된 현상이 아니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태를 바꾸며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2007년 루보가 차명 계좌 수백 개의 1세대 시세조종이라면, 2024년 카카오 SM 사건은 대형 IT 기업이 M&A 과정에서 연루된 21세기형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도구와 행위 주체는 달라졌지만 —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이라는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다.
다음 회에서는 이 5건의 공통 패턴 — 차명 보유의 진화, 미공개정보 이용의 회색 지대, 형사 처벌의 비례성 — 을 본 매체 탐사보도팀의 데이터 분석으로 다룬다.
참고 자료 · 대법원 판결문,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공소장 및 판결문,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단 자료, 한국거래소 시장조치 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