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돌아왔다. 다만 그들이 사들이는 종목의 폭은 우려스러울 만큼 좁다.
5월 6일 한국거래소 통계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38.9%로, 2020년 3월 4일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외국인 비중은 7%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두 갈래의 자금
그러나 이 흐름을 들여다보면 '코스피 전반의 외국인 매수'와는 거리가 있다. 같은 기간 미국에 상장된 한국 종합 ETF — iShares MSCI South Korea(EWY) 등 — 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관측됐다. 반면 메모리 칩 특화 ETF, 그중에서도 4월에 출시된 Roundhill 메모리 ETF에는 한 달 만에 60억 달러가 들어왔다. 이 ETF의 핵심 보유 종목은 SAMSUNG과 SK HYNIX다.
요약하면, 외국인은 '한국'을 사고 있는 것이 아니라 'AI 메모리 두 종목'을 사고 있다.
통합계좌가 바꾼 것
또 하나의 변화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가 추진해 온 외국인 통합계좌(Foreign Integrated Account) 제도가 5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자국 브로커리지를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별도 한국 계좌 개설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제도 변경 직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글로벌 IB의 한국 주식 데스크에서는 신규 클라이언트 온보딩이 평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본지에 알려왔다.
"15년 동안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불편해 못 들어온 자산이 있다. 그 자금이 5월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5% 룰의 무게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가 늘면서 자본시장법 제147조의 5% 대량보유 보고 의무도 다시 무게를 갖게 됐다. 외국인이 단일 종목에서 5% 임계를 넘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2026년 들어서는 자산총액 1,500억 원 이상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이 의무가 확대 적용된다.
5% 룰은 시장에 외국인의 포지션을 공시하게 만드는 동시에 '큰 손'의 매매 의사결정을 노출시키는 양날의 칼이다.
다음 단계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는 것이 다음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만 그 임계가 메모리 외 종목으로 자금이 확장된 결과여야 비로소 코스피의 '구조적 재평가'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