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한국 증시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 베팅을 내놓았다.

5월 16일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목표지수를 종전 7,500에서 10,500으로 40% 상향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 단연 가장 높은 목표이며, 보고서 발간 직후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상향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근거 — 'AI 시대의 희소 전략자산'

KB증권의 핵심 논거는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재평가다.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HBM과 고용량 DDR5의 공급이 수요를 만성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굳어지고 있고, 이는 메모리 가격의 '플로어(floor)'를 올려놓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근거는 외국인 자금의 변화다. 5월 6일 기준 코스피 외국인 비중은 38.9%로 2020년 3월 초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KB증권은 이를 '단기 유입'이 아니라 '구조적 재배분'으로 해석한다. 일본 닛케이가 2024~2025년 글로벌 자금의 재유입을 받은 것처럼, 한국 증시도 '새로운 일본 트레이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제 — 그리고 리스크

KB증권이 제시한 10,500 시나리오에는 몇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AI 인프라 투자가 2027년까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것. 둘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 패키지가 실질적인 PBR·ROE 개선으로 이어질 것. 셋째, 환율이 1,250~1,350원 박스권에 머물 것.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이제 시작 단계다. 다만 그 재평가가 메모리 두 종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단일 위험요인이다."

같은 주의 반대 목소리

같은 주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순간 자체가 거품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보고서의 차이는 결국 메모리 사이클의 현재 위치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KB증권은 '아직 초기', 하나증권은 '정점 부근'이라는 입장이다.

워싱턴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본지에 "10,500은 야심차지만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 길이 일직선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