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 가장 오래된 가격 질서 하나가 깨졌다.

5월 14일,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이 삼성전자를 사상 처음 추월했다. 이 사실이 단순한 기술적 이벤트가 아닌 이유는, 그것이 시장의 본질적 질문 하나를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 지금 우리는 사이클의 정점에 있는가, 아니면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있는가?

두 가능성은 처음에는 구분되지 않는다. 둘 다 가격 급등을 동반하고, 둘 다 후발주자가 선두를 가격으로 추월하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차이는 사후에만 분명해진다.

본지가 보기에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해 너무 빠르게 '패러다임 전환'으로 답하고 있다. 그 답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답이 너무 일찍 굳어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한국 메모리 양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42.2%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다른 모든 코스피 종목의 비중이 57.8%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는 통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자금이 '메모리'가 아니라 '한국'을 사야 한다.

경고는 이미 시장 안에서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순간 자체가 거품의 신호일 수 있다고 적었다. KB증권은 같은 사실을 두고 코스피 목표가를 10,500으로 상향했다. 두 증권사 모두 틀렸을 수도 있고, 어느 한쪽만 옳을 수도 있다.

이런 국면에서 책임 있는 매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답을 미리 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지금 '재평가의 초기'와 '거품의 정점' 양쪽 모두를 시험하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두 가능성을 모두 시야에 두는 자세가, 이번 사이클을 가장 비싸지 않게 통과하는 길이라고 본지는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