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IPO는 2026년 들어 다시 호황의 시기를 맞았다.
Kanaph Therapeutics의 기관 청약 경쟁률은 962:1, IM Biologics는 839:1. Adel은 알츠하이머 후보물질을 사노피에 약 1.5조 원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이런 거래들은 한국 바이오 임상 데이터가 글로벌 제약사가 사들이는 자산이 됐다는 강력한 신호다.
그러나 같은 시기, 본지 탐사보도팀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8~2025년 사이 한국에서 IPO를 추진한 바이오 기업 중 약 18%는 상장 후 3년 이내에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실패·축소·중단을 공시했다. 이 중 일부는 IPO 시점의 기대치가 처음부터 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IPO가 목적인 회사'의 특징
모든 상장 바이오가 작전 회사인 것은 아니다. 절대 다수는 진지한 R&D 회사다. 그러나 일부 패턴은 — 사후적으로 보면 — 비교적 일관되게 반복되었다.
① 임상 단계와 가치평가의 미스매치. 임상 1상 데이터만으로 1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받는 경우. 1상은 안전성을 보는 단계이지 효능을 입증하는 단계가 아니다.
② 핵심 인력의 잦은 변경. CTO·CMO가 IPO 후 6개월 이내에 떠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핵심 임상 책임자가 회사를 떠난 시점은 회사의 임상 일정의 신뢰성을 다시 봐야 할 시점이다.
③ 자금 사용처의 모호함. IPO 조달 자금이 R&D가 아니라 '운영자금'·'시설 투자'·'관계회사 투자'로 빠르게 빠져나간다면, 그 자금이 실제로 임상을 위해 쓰이는지 추적해야 한다.
④ 기술이전 발표의 '디스카운트'. 발표된 계약 금액과 실제 수령 가능한 마일스톤 사이의 차이. 한국 바이오 기업의 상당수가 '최대 X조 원'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X조 원 중 실수령액(upfront)은 5~10% 수준이다.
"기술이전 계약은 좋은 신호다. 그러나 'upfront' 금액이 진짜 신호이고, 'milestones'은 약속에 가깝다."
과거의 학습
2018~2019년 신라젠·코오롱생명과학 사례 이후 한국 바이오 시장은 한 차례 거품의 파열을 겪었다. 당시도 IPO 청약 경쟁률은 1,000:1을 넘었다. 임상 실패와 회계 이슈가 겹치며 코스닥 바이오 섹터는 수년간 약세장에 들어갔다.
이번 사이클이 그때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실제 라이선스 거래가 더 잦아졌다는 점. 다른 하나는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더 깐깐해졌다는 점.
그러나 거품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 있을 뿐이다.
투자자의 체크리스트
(1) 임상 단계의 객관성 — 임상 2상 또는 3상 결과가 PubMed·Clinicaltrials.gov에 등재되어 있는가. (2) 핵심 인력의 이전 이력 — 글로벌 빅파마 또는 명망 있는 학계에서 경력이 검증되는가. (3) 기술이전 계약의 upfront 금액 — 발표 후 실제 입금이 분기 단위로 확인되는가.
이 세 가지가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가 사기인 것은 아니다. 다만 셋 중 하나도 만족하지 않는 회사에 962:1로 청약하는 일은 — 그 자체가 시장의 또 다른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