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끈질긴 범죄 패턴 하나는 시세조종이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온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작전 세력'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전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도구는 진화했지만 — 차명 계좌, 텔레그램·시그널 그룹, 거짓 공시 — 작동 원리는 같다.

전형적 작동 구조

1단계 · 매집. 작전 세력 핵심 멤버 3~5명이 차명 계좌 수십 개를 통해 한 종목을 6~12주에 걸쳐 천천히 사들인다. 평균 매수가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 · 호재 만들기. 회사가 발표할 호재의 시점·내용을 사전에 협의한다. M&A 발표, 신기술 도입, 글로벌 계약. 발표는 회사의 공식 채널로 나가지만, 작전 세력은 며칠 전 이를 알고 있다.

3단계 · 군중 끌어들이기. 호재가 공시된 직후, 일부 멤버는 텔레그램 종목방·증권 카페·유튜브 채널에 '이 종목 다음 주 폭등' 식의 메시지를 뿌린다. 군중이 매수하기 시작한다.

4단계 · 출구. 주가가 충분히 오른 시점에서 작전 세력은 매도한다. 매도는 분산되어 진행되며, 작전 세력의 차명 계좌들이 서로 매수·매도를 주고받으며 거래량을 부풀린다. 호재의 후속 발표는 보통 이뤄지지 않는다.

"작전은 끝나기 전까지는 호재처럼 보인다. 작전 세력은 진짜 호재가 끝나는 순간에 종목을 떠난다."

적발의 어려움

이 패턴을 적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 차다. 거래의 비정상성은 사후 분석으로만 명확해진다. 거래 당시에는 '거래량이 늘었다'는 사실만 보인다.

두 번째 장애물은 국경 간 자금 이동이다. 차명 계좌의 일부가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들어왔다면, 자금의 실소유자를 밝히는 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린다.

금감원과 검찰의 도구

금융감독원은 2020년대 들어 자본시장조사단을 확대하고 AI 기반 비정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검찰에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시세조종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이 무거워도 작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부당이득의 규모가 처벌의 기대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봐야 할 신호

완벽한 방어는 없다. 다만 다음 패턴을 보이는 종목은 의심해 볼 가치가 있다.

① 갑작스러운 거래량 폭증과 동반되는 호재 공시. 호재가 거래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래량이 이미 부풀어 있고 호재가 따라온다면, 시점이 이상하다.

② 익명 메신저 그룹에서의 종목 추천. 정보의 원천이 분명하지 않은 추천은 보통 추천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다.

③ 회사 공시 외 채널에서의 'IR 이벤트' 정보. 합법적인 IR은 모든 투자자에게 동시에 공개되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K-바이오 IPO 시즌'의 그늘 — 정당한 자본조달과 사기의 경계가 어디서 흐려지는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