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거래 패턴 하나가 있다. 자기 자본은 거의 없는 인수자가 차입금만으로 상장사 지분을 사들이고, 인수 직후 그 회사의 자산으로 차입금을 갚는 구조 — '무자본 M&A'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당한 인수처럼 보인다. 공시도 한다. 5% 보고도 낸다. 그러나 자본 흐름을 한 단계 더 내려가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전형적인 시나리오
한 시가총액 300억 원짜리 코스닥 상장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인수자 A는 자기자본 10억 원과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200억 원으로 30% 지분을 매집한다. 인수 발표 직후 주가가 30% 오른다. 이 시점에서 A는 두 가지 길을 갈 수 있다.
경로 1 — 정당한 경영진 교체. A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새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R&D 투자를 집행한다. 차입금은 회사 본업의 현금흐름과 자신의 다음 거래 수익으로 갚는다.
경로 2 — 자산 인출(asset stripping). A는 회사의 현금성 자산을 자기 또는 관계사로 옮긴다. 종속회사 설립, 자기 회사로의 자금 대여, 부동산 매각 후 매각자금의 우회 이전. 차입금은 회사 자산으로 갚고, 인수자는 빈 껍데기를 남긴다.
"무자본 M&A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불법은 그 직후의 자산 인출에서 시작된다."
발견 신호
탐사보도팀이 한국거래소 공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산 인출형 무자본 M&A에는 비교적 일관된 전조 패턴이 있다.
① 갑작스러운 최대주주 변경. 6개월 이내에 최대주주가 두 번 이상 바뀌었다면 주의 신호다. 특히 변경의 사이에 회사 사업 모델이 명확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② 사명 변경. 코스닥에서 사명 변경은 종종 새로운 자본 흐름의 신호다. 합법적인 리브랜딩도 있지만, 과거 부정 사례 다수에서 사명 변경 직후 사업 분야가 '바이오'·'2차전지'·'AI'로 갈아탔다.
③ 자금조달 패턴. 인수 직후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빠르게 잇따르면, 인수자가 회사 외부에 차입 의무를 가진 신호일 수 있다.
④ CFO·감사 교체. 인수 후 가장 먼저 교체되는 인물이 CFO 또는 외부감사인이라면, 재무 관리 라인을 새로 짜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끝나는가
자산 인출형 무자본 M&A의 결말은 대개 셋 중 하나다. (1) 회계감사 거절 → 상장폐지, (2) 검찰 수사 → 부당이득 환수와 형사 처벌, (3) 회사가 빈 껍데기가 된 채 거래 정지 → 소액주주 손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이후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 왔다. 2026년 들어서는 자산총액 1,500억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5%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확대 적용된다. 작전세력의 신호가 더 빨리 드러나도록 설계된 변화다.
그러나 본지 탐사보도팀이 보기에, 무자본 M&A의 가장 큰 약점은 여전히 한 가지다 — 인수 직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자산이 빠져나간 뒤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여전히 다수다.
다음 회에서는 시세조종과 차명보유의 작동 방식, 그리고 금융감독원·검찰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다룬다.